군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여가를 덜 누리게 되나요?
핵심은 거리입니다. 2023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를 보면 자동차로 공연장·영화관·박물관 같은 문화예술시설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이 구 지역은 평균 5.5분, 시 지역은 12.5분인 반면 군 지역은 22.1분이었습니다. 시설 개수도 구 19.7개, 시 19.6개에 견줘 군은 7.4개에 그쳤습니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지원금을 받아도, 그 지원금을 쓸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네 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뜻입니다. 실제 결과도 그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2024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전국 직접관람률은 63.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대도시와 읍·면 지역의 격차는 15.5%포인트로, 전년 10.7%포인트보다 4.8%포인트 더 벌어졌습니다. 전체 평균이 좋아지는 국면에서 오히려 격차가 커지는 구조가 지금 농어촌 여가복지의 실제 문제입니다.
목차
- 군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여가를 덜 누리게 되나요?
- 군 단위 소재지에서 관찰한 하루
- 22.1분과 5.5분: 접근성 격차의 실제 크기
- 평균이 오르는데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 지역문화지수가 드러낸 구조
- 공급을 바꾸는 정책, 무엇이 통했나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군 단위 소재지에서 관찰한 하루
저희 연구원이 남부권 한 군 지역을 방문해 주민 몇 분의 하루 동선을 따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 인구 4만 명대, 면 단위가 여덟 곳인 전형적인 농촌 군이었습니다. 군청 소재지에는 문예회관 한 곳과 공공도서관 한 곳, 국민체육센터 한 곳이 있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없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세 곳이 전부 소재지 반경 1킬로미터 안에 몰려 있고, 면 지역 주민이 거기까지 오려면 하루 네 번 다니는 농어촌버스를 타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70대 초반 주민 한 분은 문예회관에서 하는 저녁 공연에 가고 싶었지만 마지막 귀가 버스가 오후 6시 40분이라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설이 있어도 운영시간과 교통 시간표가 어긋나면 그 시설은 그 사람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저희가 여가 인프라를 평가할 때 시설 개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개수, 거리, 운영 시간, 대중교통 접속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성립해야 비로소 '이용 가능한 시설'이 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로그램의 계절성이었습니다. 그 군의 문예회관 연간 기획공연은 열두 회였고 대부분 5월과 10월에 몰려 있었습니다. 축제 시즌에 맞춰 예산이 집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 입장에서는 1년 중 열달이 사실상 공백입니다. 도시에서는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선택지가 농촌에서는 연 2회의 이벤트로 압축되는 셈인데, 이 차이는 여가를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릅니다.
22.1분과 5.5분: 접근성 격차의 실제 크기
지역문화실태조사는 지역문화진흥법 제11조에 근거해 3년 주기로 시행되며, 전국 245개 지방자치단체(광역 17곳, 기초 226곳, 행정시 2곳)를 문화정책·문화자원·문화활동·문화향유 4대 영역 36개 지표로 조사합니다. 2023년 기준 결과에서 도시 유형별 차이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습니다.
| 구분 | 문화예술시설 접근 소요시간 | 문화예술시설 수 |
|---|---|---|
| 구 지역 | 5.5분 | 19.7개 |
| 시 지역 | 12.5분 | 19.6개 |
| 군 지역 | 22.1분 | 7.4개 |
접근 소요시간이 구 지역의 네 배라는 수치도 크지만, 이 값이 자동차 기준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자가용을 운전하지 못하는 고령자·청소년·장애인에게 실제 소요시간은 이보다 훨씬 깁니다. 농촌 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사실을 겹쳐 놓으면, 통계상의 22.1분은 상당수 주민에게 사실상 도달 불가능한 거리로 번역됩니다.
시설 수 격차도 성격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 지역 7.4개는 절대 부족이지만, 인구당으로 환산하면 군 지역이 오히려 유리해 보이는 착시가 생깁니다. 인구가 적으니 1인당 시설 수는 커집니다. 이 착시 때문에 오랫동안 농어촌 문화 인프라는 '이미 충분하다'고 평가받아 왔습니다. 여가복지 지표를 설계할 때 인구당 시설 수보다 도달 시간과 도달 가능 인구 비율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평균이 오르는데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2024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문화예술행사 직접관람률은 63.0%로 전년 58.6%보다 4.4%포인트 올랐습니다. 코로나19로 눌려 있던 수요가 회복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대도시와 읍·면의 관람률 격차는 15.5%포인트로 확대됐습니다. 전년 10.7%포인트에서 한 해 만에 4.8%포인트가 벌어진 겁니다.
이런 패턴은 회복 국면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수요가 되살아날 때 공급이 먼저 반응하는 곳은 관객 밀도가 높은 대도시입니다. 공연 기획사는 좌석 점유 위험이 낮은 곳부터 일정을 채우고, 멀티플렉스는 관객 수가 확보되는 상권부터 상영 회차를 늘립니다. 농어촌은 회복의 마지막 순번에 놓입니다. 그래서 전국 평균이 개선되는 시기일수록 지역 격차는 오히려 커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평균 지표만 보고 정책 성과를 판단하면 이 흐름을 놓치게 됩니다.
격차를 키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정보입니다. 도시 거주자는 공연·전시 정보를 예매 플랫폼과 지역 커뮤니티에서 자동으로 접하지만, 농어촌에서는 프로그램이 열려도 소식이 닿지 않아 참여가 저조한 경우가 흔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군에서도 문예회관 공연 안내는 군청 누리집 공지사항과 현수막이 전부였습니다. 온라인 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주민에게는 사실상 비공개 행사나 다름없었습니다. 인프라 확충 논의가 건물과 예산에 집중되는 동안, 이 마지막 1미터의 전달 문제는 계속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여가 만족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과거 조사에서 대도시 여가생활 만족도가 57.2%일 때 읍면 지역은 44.7%였고, 두 지역의 격차는 한 해 만에 7%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만족도는 시설 접근성뿐 아니라 함께할 사람, 정보 접근, 이동 수단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지표여서, 인프라 격차가 체감 격차로 증폭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지역문화지수가 드러낸 구조
지역문화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해 산출하는 지역문화지수는 격차의 축이 무엇인지 좀 더 분명히 보여줍니다. 2023년 기준 값은 아래와 같습니다.
| 구분 | 지역문화지수 |
|---|---|
| 수도권 | 0.292 |
| 비수도권 | -0.118 |
| 도시 | 0.277 |
| 도농복합 | 0.100 |
| 농촌 | -0.284 |
| 특별시·광역시 | 0.125 |
| 도 | 0.062 |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두 개의 축이 겹쳐 작동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르는 축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와 농촌을 가르는 축입니다. 비수도권 도시보다 수도권 농촌이 나은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어서, 두 축은 서로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여가복지 정책이 '지방 지원'이라는 단일 프레임으로 설계되면 수도권 안의 농촌형 지역이나 비수도권 대도시의 저소득 밀집지가 통째로 빠지게 됩니다.
한편 조사에서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18개 지표 중 13개에서 광역·기초 지자체 평균이 모두 상승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자치단체 지원 문화사업 비율은 광역 66.4%, 기초 59%였고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은 광역 5.5건, 기초 5.6건이었습니다. 여건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문화 예산 비율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2020년 대비 광역 지자체는 0.32%포인트, 기초 지자체는 0.15%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사업 건수는 늘었는데 재정 비중은 줄었다는 것은 사업 하나하나가 작아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소규모 사업의 개수보다 지속 운영되는 프로그램의 밀도가 더 중요합니다.
공급을 바꾸는 정책, 무엇이 통했나
농어촌 여가 격차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시설을 새로 짓는 것,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이동형 공급으로 거리를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신축은 가장 직관적이지만 가장 비효율적일 때가 많습니다. 인구 3~4만 규모 군에 대형 문예회관을 세우면 건립비보다 운영비가 문제가 됩니다. 좌석을 채우지 못하는 공연장은 결국 대관 위주로 운영되고, 주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갈일이 없는 건물이 됩니다. 반면 작은영화관 사업처럼 규모를 낮춘 시설은 성적이 나은 편입니다. 2024년 기준 전국 11개 광역시·도에 63곳이 운영되고 있는데, 상영관 두세 개 규모로 지어 운영비 부담을 낮추고 개봉작을 동시에 트는 방식이라 실제 이용률이 유지됩니다.
기존 시설 활용도를 높이는 접근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큽니다. 학교 체육관과 강당을 방과 후와 주말에 개방하고,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생활문화 거점으로 등록해 프로그램 예산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농촌에는 이미 마을 단위 공간이 촘촘히 깔려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공간에 콘텐츠와 인건비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지 공간 자체가 없는 게 아닙니다.
세 번째는 이동형입니다. 찾아가는 공연, 순회 전시, 이동도서관, 이동형 영화 상영이 여기 속합니다. 이동형은 거리 문제를 공급자 쪽이 흡수하는 방식이라 접근성 격차에 직접 작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빈도입니다. 연 1회 방문하는 순회 공연은 이벤트지만, 격주로 도는 이동도서관은 생활입니다. 여가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려면 규모보다 주기가 결정적입니다. 저희가 여러 지자체 사업을 비교하면서 확인한 것도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예산 총액이 비슷할 때, 한 번의 큰 행사보다 열두 번의 작은 프로그램이 주민 참여률과 만족도 양쪽에서 더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이 세 갈래를 실제로 배치할 때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저희 판단으로는 기존 시설 활용과 이동형 공급을 먼저 깔아 수요를 확인한 뒤, 이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점에 한해 시설을 보강하는 순서가 합리적입니다. 반대로 시설을 먼저 세우고 프로그램을 나중에 붙이는 방식은 운영 적자와 낮은 이용률이라는 익숙한 결말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여가복지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기초지자체일수록 이 순서를 뒤집으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통을 여가 정책의 일부로 다뤄야 합니다. 앞서 본 저녁 공연과 마지막 버스의 어긋남은 문화 예산으로 풀 수 없고 교통 예산으로도 풀리지 않습니다. 문화·체육 프로그램 일정에 맞춘 수요응답형 교통을 붙이는 실험이 일부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데, 부서 칸막이를 넘는 이런 결합이 앞으로 농어촌 여가권 보장의 실질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농촌 지역 문화시설 접근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나나요?
2023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에서 자동차로 문화예술시설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은 구 지역 5.5분, 시 지역 12.5분, 군 지역 22.1분이었습니다. 시설 개수는 구 19.7개, 시 19.6개, 군 7.4개입니다. 다만 이 값은 자가용 기준이라,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고령 주민의 체감 이동 시간은 이보다 훨씬 깁니다.
전국 관람률이 올랐는데 왜 지역 격차는 커졌나요?
수요가 회복될 때 공급이 먼저 반응하는 곳이 관객 밀도가 높은 대도시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전국 직접관람률은 63.0%로 역대 최고였지만, 대도시와 읍·면 격차는 10.7%p에서 15.5%p로 벌어졌습니다. 평균 개선과 분포 개선은 별개로 봐야 합니다.
지역문화지수는 무엇을 측정하나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3년 주기로 실시하는 지역문화실태조사 결과를 문화정책·문화자원·문화활동·문화향유 4대 영역 36개 지표로 종합한 값입니다. 전국 245개 지자체가 대상이며, 2023년 기준으로 수도권 0.292, 비수도권 -0.118, 도시 0.277, 도농복합 0.100, 농촌 -0.284로 나타났습니다.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구 규모가 작은 군 지역에 대형 시설을 세우면 건립비보다 운영비와 낮은 이용률이 문제가 됩니다. 규모를 낮춘 작은영화관, 마을회관·학교시설 같은 기존 공간의 활용도 제고, 격주 단위 이동형 프로그램이 비용 대비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인구당 시설 수로 보면 농촌이 오히려 유리하지 않나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입니다. 1인당 시설 수는 커 보이지만 실제 도달 시간과 도달 가능 인구는 훨씬 열악합니다. 그래서 여가복지 지표는 인구당 시설 수보다 도달 시간, 대중교통 접속 여부, 운영 시간대 적합성을 함께 봐야 실제 격차를 잡아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농촌서 문화생활 '그림의 떡' 맞춤형 시설·프로그램 필요 - 농민신문(NewsArticle)
- 지역 문화 여건 개선 속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는 남아 - 뉴시스(NewsArticle)
- 지역 문화·예술 접근 불평등 - 슈퍼로컬 프로젝트(Report)
- 국가지표체계 - 여가시간 지표상세정보(Government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