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관광 10년, 열린관광지는 늘었는데 장애인 여행은 왜 제자리인가
열린관광지를 늘려 온 무장애 관광 10년 동안에도 장애인의 국내 여행 경험률은 국민 전체의 4분의 1에 못 미칩니다. 2024년 국민여행조사의 국민 국내 여행 경험률은 95.4%였고 같은 해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에서 장애인은 22%였습니다(뉴시스). 열린관광지가 누적 162곳에 이르렀을 때도 전국 주요 관광지 2,752곳의 5.9%에 그쳤습니다(정책브리핑).
격차는 관광지 안의 시설보다 집을 나서 돌아오기까지의 연결에서 생깁니다. 이동·숙박·정보로 이어지는 여행 사슬이 끊겨 있는 한 열린관광지를 더 지어도 장애인의 여행은 늘지 않습니다. 무장애 관광의 성과를 조성 개소 수가 아니라 장애인 여행 경험률로 재야 하는 이유입니다.
목차
- 장애인 여행 경험률 추이: 국민 95.4%와 장애인 22%, 70~80%p 격차
- 장애인이 여행을 못 가는 이유: 비용·재활·포기가 겹친 관광취약계층
- 무장애 관광의 걸림돌: 이동·숙박·정보로 이어지는 여행 사슬의 단절
- 열린관광지·연계성 강화사업의 성과와 한계: 누적 선정 212곳은 주요 관광지의 7.7%
- 해외 무장애 관광 정책: EU 유럽접근성법과 사라고사의 접근성 거버넌스
- 정책 방향: 여행 경험률을 성과로 삼는 제도와 지역사회의 역할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장애인 여행 경험률 추이: 국민 95.4%와 장애인 22%, 70~80%p 격차
국민 여행 경험률이 90%대 중반까지 오르는 동안 장애인 여행 경험률은 10~20%대에 머물렀습니다. 2018년 미디어생활 자료와 2021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22호, 2024년 보도를 이어 보면 흐름이 뚜렷합니다.
| 기준 연도 | 국민 여행 경험률 | 장애인 여행 경험률 | 장애인 여행 경험 없음 | 격차 |
|---|---|---|---|---|
| 2018년 | 89.2% | 9.2% | - | 80.0%p(9.7배) |
| 2021년 | 93.9%(국내) | 12.6%(국내)·1.5%(국외) | 86.5% | 81.3%p(7.5배) |
| 2024년 | 95.4%(국내) | 22%(국내) | 88%(국내) | 73.4%p(4.3배) |
※ 대상: 국민은 국민여행조사(15세 이상), 장애인은 2018년 보건복지부 조사와 2021·2024년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등록장애인)입니다. 격차는 국민 경험률에서 장애인 경험률을 뺀 값과 배수이며 두 조사의 대상이 달라 격차의 방향과 규모를 보여 주는 값으로 읽어야 합니다. 출처: 미디어생활(2018년), 한국장총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22호(2021년), 뉴시스·비마이너(2024년).
배수는 9.7배에서 4.3배로 줄었지만 퍼센트포인트(%p, 두 비율의 차이) 격차는 80.0%p, 81.3%p, 73.4%p로 70~80%p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민 경험률이 6.2%p 오르는 동안에도 장애인은 다섯 명 중 네 명 가까이가 국내 여행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주말 여가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장총 리포트에서 주말에 관광·여행을 한 비율은 비장애인 17.2%, 장애인 7.1%로 2.4배 차이가 났습니다. 그렇다고 장애인의 여행 욕구가 낮은 것은 아닌데요. 미디어생활이 인용한 2014년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서 장애인의 관광 참여 동기는 5점 만점에 3.84점이었습니다.
장애인이 여행을 못 가는 이유: 비용·재활·포기가 겹친 관광취약계층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장애인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비용입니다. 한국장총 리포트에서 1순위 이유는 '여행 갈 돈이 없어서'(26.9%)였고 '장애 치료나 재활 때문에'(18.7%)와 '그냥 가고 싶지 않아서'(18.6%)가 뒤를 이었습니다.
눈여겨볼 응답은 '그냥 가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행 동기가 3.84점으로 높다는 점을 함께 보면 이 18.6%는 단순한 선호보다 이동과 숙박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쌓인 포기에 가깝습니다. 선호로 읽으면 정책 대상에서 빠지지만 포기로 읽으면 접근성 개선의 핵심 대상이 됩니다.
정책브리핑 설명을 보면 관광취약계층에는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신부, 영유아 동반 가족도 들어가며 막히는 지점은 저마다 다릅니다. 한겨레가 만난 휠체어 사용자들은 다목적 화장실이 있는지를 좋은 여행지의 기준으로 꼽았습니다. KTX는 한 편에 전동휠체어를 2대까지만 태울 수 있어 일행이 함께 움직이기도 어렵습니다. 시각·청각장애인에게는 안내와 해설이 장벽이어서 2026년 새로 생긴 '열린관광지 플러스'는 시·청각장애인 특화 해설을 내세웠습니다(한국경제).
지원 수요도 공급을 크게 웃돕니다. 기아의 장애인 여행 지원사업 '초록여행'에서 항공여행 지원 경쟁률은 약 50대 1입니다(뉴시스).
무장애 관광의 걸림돌: 이동·숙박·정보로 이어지는 여행 사슬의 단절
장애인의 여행을 막는 것은 관광지 안의 시설보다 그 앞뒤의 연결입니다. 교통, 객실, 정보 가운데 하나만 끊겨도 여행은 출발하기 전에 무산됩니다.
가장 먼저 끊기는 고리는 이동입니다. 한겨레가 인용한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2024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서울 71%, 전국 44.4%였습니다. 관광객이 타는 시티투어버스는 더 뒤처져 운행 지자체 60여 곳 가운데 저상버스를 투입한 곳이 7곳뿐입니다(비마이너).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도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동을 꼽습니다.
숙박은 기준이 있어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장애인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관광숙박시설 객실의 3%, 30실 이상 일반숙박시설 객실의 1%를 장애인 객실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비장애인에게 먼저 팔거나 온라인 예약 페이지에 표시하지 않으면 장애인에게는 없는 객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은실 두루함께 대표는 장애 고객이 많이 찾는 호텔의 객실 이용률이 90%를 넘는다고 말합니다.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숙소가 장애 고객을 맞아 본 경험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정보와 기준은 지역마다 제각각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표준 조례안이 없어 지자체의 무장애 관광 조례가 서로 다르다고 밝혔고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에야 지자체와 같은 기준으로 접근성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요 예측 자료가 없으니 민간 여행상품 개발도 막혀 있습니다. 무장애 예산이 전체 관광 예산의 1% 남짓이라는 비마이너의 지적까지 더하면 관광지 바깥의 연결 고리에는 재정도 데이터도 부족합니다.
열린관광지·연계성 강화사업의 성과와 한계: 누적 선정 212곳은 주요 관광지의 7.7%
지난 10년의 정책은 관광지 접근성을 끌어올렸지만 여행 사슬을 잇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출발점은 매우 낮았습니다.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지 500곳을 점검했을 때 접근성 '양호' 등급은 9곳(1.8%)뿐이었습니다(미디어생활).
열린관광지: 개소당 국비 2.5억 원과 '플러스' 유형
열린관광지는 1곳에 국비 2.5억 원과 지방비를 더해 모두 5억 원 규모로 조성합니다(한국관광공사 공모 안내). 2026년도 선정 30곳 가운데 5곳은 '열린관광지 플러스' 유형으로 기존 열린관광지나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시설에 해설·체험 콘텐츠를 더합니다.
| 사업 연도 | 신규 선정 | 누적 선정 | 주요 관광지 2,752곳 대비 |
|---|---|---|---|
| 2024년도 | 30곳 | 162곳 | 5.9% |
| 2025년도 | 20곳 | 182곳 | 6.6% |
| 2026년도 | 30곳(플러스 5곳 포함) | 212곳 | 7.7% |
※ 출처: 파이낸셜뉴스, 정책브리핑, 한국경제. 2025·2026년도 비율은 2,752곳을 모수로 계산한 값입니다. 플러스 유형에는 기존 관광지를 다시 지원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관광지 수는 누적 선정 수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시설에서 콘텐츠로 옮겨 가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속도가 더딥니다. 주요 관광지가 2,752곳 그대로이고 매년 20~30곳씩 늘린다고 가정하면 10년 뒤 누적은 412~512곳으로 15.0~18.6%에 그칩니다. 사업 실적도 선정 개소와 국비 규모 위주로 관리돼 열린관광지를 찾은 장애인 방문객이 늘었는지는 성과로 잡히지 않습니다.
연계성 강화사업: 관광지를 권역으로 잇는 실험
여행 사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정책은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사업입니다. 1년 차에 휠체어 리프트 차량과 승하차장, 2년 차에 주변 식당·카페의 장애인 화장실과 경사로, 3년 차에 여행상품과 통합정보를 갖춥니다(정책브리핑). 바끄로뉴스가 전한 지원 규모는 권역당 국비 3년간 최대 40억 원, 지방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최대 80억 원입니다.
2022년 강릉이 첫 '무장애 관광도시'로 선정됐고 2024년 울산은 도심정원권과 해양공원권을 잇는 사업(2024~2026년)에 들어갔습니다. 2025년 파주는 GTX 운정중앙역 교통망을 활용해 기존 열린관광지 5곳을 연결합니다. 2026년 선정된 수원은 화성어차 교체와 시티버스 도입(2026~2028년)을 추진하며 열린관광지를 포함해 국비 42억 5천만 원을 받습니다(서울경제, K-ESG, 정책브리핑, 중앙이코노미뉴스).
한 권역의 이동·숙박·정보를 함께 손본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여행 사슬의 단절에 직접 답합니다. 다만 2022년부터 5년 동안 선정된 권역은 4곳뿐입니다. 3년간의 국비 지원이 끝난 뒤 차량과 인력, 정보 플랫폼을 누가 운영할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해외 무장애 관광 정책: EU 유럽접근성법과 사라고사의 접근성 거버넌스
유럽은 한국에서 비어 있는 숙박 예약 정보와 지역 기준을 법과 조직으로 다룹니다. 2025년 6월 28일부터 적용된 EU 유럽접근성법(European Accessibility Act)은 숙박·항공 예약 웹사이트와 플랫폼에 접근성 의무를 지웁니다(Bird & Bird). 다만 EUR-Lex에 실린 법문은 직원 10명 미만이면서 연매출 또는 대차대조표 총액이 200만 유로 이하인 소기업을 면제합니다.
이 면제가 공백을 남겼습니다. 크로아티아·프랑스·그리스·포르투갈을 다룬 MDPI 학술지 연구에서 민박 같은 개인 숙박시설이 표시한 접근성 정보는 평균 0.38개로 호텔(1.58개)의 약 4분의 1이었습니다. 개인 숙박시설이 이들 나라 등록 침상의 18~62%를 차지하므로 법이 닿지 않는 영역이 오히려 큽니다.
지역 단위에서는 스페인 사라고사가 눈에 띕니다. AccessibleEU에 따르면 사라고사는 51개 도시가 지원한 2026 Access City Award에서 1위를 차지했고 목표·일정·예산을 갖춘 전략계획과 전담 접근성 사무국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접근성위원회와 완전히 접근 가능한 트램망도 갖췄습니다. 표준 조례안 없이 지자체마다 조례가 다르고 시티투어버스 가운데 저상버스가 7곳뿐인 한국과 대비됩니다.
한국이 가져올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숙박 예약 정보 표시를 의무화하되 소규모 숙박의 공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지자체의 무장애 관광도 조례 제정에서 멈추지 않도록 전담 조직과 예산을 갖춰야 합니다.
정책 방향: 여행 경험률을 성과로 삼는 제도와 지역사회의 역할
무장애 관광 정책은 이제 '무엇을 지었나'가 아니라 '누가 떠났나'를 물어야 합니다. 출발점은 성과지표입니다. 같은 2024년 조사가 경험률 22%로도, '경험 없음' 88%로도 인용된다는 것은 공식 지표가 없다는 뜻입니다. 장애인 여행 경험률과 열린관광지 장애인 방문객 수를 사업 성과로 정하고 국민여행조사에서 장애 여부별 결과를 공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숙박과 교통은 하나의 사슬로 묶어 고쳐야 합니다.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객실을 숙박 당일 오후까지 비장애인에게 팔지 못하게 하고 온라인 예약 페이지 표시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합니다(비마이너). 관광택시·기차·유람선의 휠체어 경사로 법제화와 저상 시티투어버스 확대도 함께 추진할 과제입니다. 여행을 못 간 첫째 이유가 비용(26.9%)인 만큼 한국장총이 제안한 장애인 여행바우처도 검토할 만합니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처럼 정부와 기업이 각 10만 원을 보태는 방식입니다.
제도의 뼈대로는 중앙정부 컨트롤타워, (가칭)장애인문화체육관광진흥법 제정, 표준 조례안과 무장애 관광 인증제가 제안돼 있습니다. 연계성 강화사업은 선정 단계부터 국비 지원이 끝난 뒤의 운영 계획을 요구해야 합니다.
여행 사슬의 마지막 고리는 지역사회와 복지 현장이 맡아야 합니다. 기아 '초록여행'은 2012년부터 180억 원을 들여 2026년 2월까지 장애인 10만 8,022명에게 5만 4,467일의 여행을 지원했습니다(뉴시스). 사업비를 지원 인원으로 나누면 1인당 약 16만 7천 원이고 정회원 조사에서는 98.4%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장애인복지관과 노인복지관은 이런 이동 지원과 열린관광지, 접근성 정보를 이용자에게 잇는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가고 싶지 않다'던 이용자와 첫 여행을 함께 계획하고 동네 숙박업소와 식당의 접근성 정보를 모아 지자체에 전하는 일이 현장의 몫입니다.
윤혜진 경기대 교수는 무장애 관광을 복지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봐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0년의 열린관광지 사업이 관광지의 문을 열었다면 다음 10년은 장애인이 집을 나서 관광지에 닿고 하룻밤을 머문 뒤 돌아오는 여정 전체를 이어야 합니다. 그 성과는 개소 수가 아니라 장애인 여행 경험률로 확인해야 합니다.